2006/10/08 02:16
나의 서울은 대학로입니다
이 글의 갈래 : 책과 나의 경계 이 글의 태그 :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황두진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 서울을 다시 짓는 건축가, 황두진의 나의 도시 이야기 (황두진 지음)청년 건축가 황두진이 자신의 삶을 씨줄로 하고 자신의 체험한 서울의 이야기를 날줄로 엮어 쓴 이 책은 '서울에 산다는 것'에 대해 돌이켜보게 하는 에세이다. 저자는 삶의 터전이자 건축 작품의 대상이고 사고의 텍스트이기도 한 서울에 대해 씀으로써 건축가로서 사회적 발언을 펼쳐보인다.
내가 황두진이라는 건축가를 알게 된 것은 석 달 전, 미술관에 가기 위해 경복궁 옆 통의동을 지날 때였다. 마침 열린책들 사옥(지금은 시네마서비스에서 쓰고 있다)을 보게 되었고, 그 건물에 있는 '더 소설(The Social)'이라는, 출판사 사옥에 정말 어울리는 이름의 레스토랑과 마주치게 되었다. 함께 있던 친구로부터 그 건물을 황두진이 설계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가 쓴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해냄)도 선물 받았다. 그렇게 황두진과 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서울은 그에게 삶의 터전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성곽의 희미한 흔적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걷기도 하고, 자신의 집이자 일터의 거실에서 누구나 올 수 있는 포럼을 열기도 한다. 심지어 한강에 여객선이 다니는, 수상도시 서울을 상상하기까지 한다. "태어나보니 서울이었다"지만, 서울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은 그가 단지 건축가이기 때문일까? 몇 해 전 중국의 어느 도시를 방문했을 때 시장이 건축가 출신이라 특이한 건물만 짓는다는 설명을 듣기도 했는데, 황두진과 그 시장의 욕망은 같은 것일까? 그 관점과 규모에 있어서 둘의 욕망은 동일하다. 황두진은 물론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통의동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내비치고 있지만 깊으면 넓어지고 넓으면 깊어진다고 했던가. 그의 시각은 통의동에 머물지 않고 서울 전체를 바라본다. 서울시장과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겨룰 만하다.
집이 있는 곳에 제1의 동네라면 직장이 있는 곳이 제2의 동네라고 한다. 황두진은 집과 사무실이 붙어있기 때문에 제1의 동네와 제2의 동네가 통의동으로 같다. 나에겐 대학로가 그런 동네다. 아주 어렸을 적 잠깐을 빼놓고는 계속 대학로의 시작인 이화동과 끝인 혜화동 사이를 맴돌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물론이고, 대학교마저 대학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면 금방이다. 그렇게 20여 년 동안 대학로를 걸어 다녔다.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직장도 근처에 찾아보라고 할 정도다. 황두진은 예전에 이곳에서 전차를 탔다지만 그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대학로의 풍경 가운데 기억나는 게 있다면, 일요일마다 차량을 통제했던 것이다. 일요일이 되면 대학로의 도로 위에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대신 휴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다. 나도 가족들과 함께 도로 한가운데 돗자리를 펴 놓고 김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 기억은 강한 최루탄 냄새인데,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학생운동이 격렬했던 터라 대학로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중학생 때는 교실 창문 밖으로 시위대를 바라보면서 '저 사람들이 우리학교로 쳐들어오면 어떡하나'하는 황당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때는 대학로에서 거리응원을 하기 위해 차량을 통제했던 탓에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볼 수 있었다.
조용하던 통의동이 긴 잠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면, 대학로는 한동안의 일탈을 멈추고 그 본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술집과 노래방이 즐비하던 곳에 박물관이 생기고, 북카페가 생겼다. 서울대가 관악으로 이사 가면서 이름뿐인 대학로였지만 여러 대학의 공연예술이나 디자인 캠퍼스가 생기면서 진짜 대학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혜화역 에스컬레이터 지붕은 유치하기 짝이 없고, 몇 년 째 공사 중단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흉물스러운 건물도 있다. 그런 대학로를 그가 치료해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황두진은 '당신의 서울은 어디냐'고 묻는다. 그에게 서울은 그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거 서울을 궁금해 하듯 나도 대학로를 궁금해 한다. 그래서 '나의 서울은 대학로'다. 하지만 내 관심은 아직 거기까지다. 내가 대학로를 계속 알아가다 보면 그처럼 서울을 궁금해 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